주인공이 뒤늦게야 출현하는 현상은 설화 문학에서 보편적이지 않지만 제주도 신
화에서는 간혹 나타난다. 본고는 <할망본풀이>와 <문전본풀이>에서 주인공의 지연
된 출현이 텍스트의 다른 요소들을 적극 소환하는 전반적 해석 과정과 관련이 있으며,
나아가 텍스트가 구성해내는 가치의 재현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고 본다. 이를 위해 발
단부에서 텍스트에 등장하는 인물을 잠재적 주체로, 이후에 등장하여 수행에 성공하
는 인물을 실현된 주체로 구분한다. 본고는 두 주체의 가치가 <할망본풀이>에서는 저
승할망과 이승할망을 통해 ‘자연’과 ‘문화’로 재현되고 있고, <문전본풀이>에서는 남선
비와 녹디생인을 통해 ‘그들’과 ‘우리’로 재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.
각 텍스트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의미항들은 대등한 것이 아니라 비대칭적이다. 각
각의 가치들은 다시 ‘위험과 안전’의 메타약호로 재해석 가능하다. 이때 위험은 주변적
가치를, 안전은 중심적 가치를 가진다. <할망본풀이>를 보건대 제주도의 출산·양육의
세계에서는 자연=위험=악, 문화=안전=선의 동일시를 읽을 수 있다. <문전본풀이>에
서는 가정과 가택의 문제에 대해 외부=그들=악, 내부=안전=선의 동일시를 추론할 수
있다. 이 위험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리되어야 하는 것으로, 상황에 따라서 위험과 안전의 관계는 전복될 수도 있다. 결론에서는 그러한 역동적 관계의 문화적 의의에
대해 다루면서 두 명의 주체, 혹은 복수 주인공이 위험과 안전을 경합하는 가치로 구
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.